1964년, 새로운 예수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아이들 사이에 떠돌았어. 사순기간이 되기도 전에 그 예수는 역사상 최대 규모로 발병한 집단 히스테리 속에서 미국을 순회함으로서 소문에서 사실로 이행했고 부활절이 지나자 히트 차트의 맨 위 칸들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단 몇 개월 만에 사실에서 신화로 등극했어. 그런데 그 예수는, 어른들에게는 사회질서를 교란시키는 악마였고 아이들, 특히 여자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구세주였어. 2000년 전의 예수가 빌라도 같은 어른에게는 저 새끼 죽여야겠어, 싶을 만큼 미움을 사고 마리아 막달레나 같은 창녀에게는 저분, 발을 씻겨드려야겠어, 싶을 만큼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것과 비슷해. 누구라도 막달레나가 되어 환생한 예수의 발을 씻겨주고 싶었겠지. 왜 아니겠어. 발뿐이겠어! 그런데 새로 태어난 예수는 한 사람이 아니었어. 그 예수는 네 명의 영국 촌놈으로 구성된 하나의 밴드였어. 삼위일체가 아니라 사위일체, 네 멤버로 구성된 확장된 아이덴티티, 그 예수의 이름은 바로 비틀즈Beatles였어.
1964년 1월까지만 해도 이안이 하루 종일 나를 붙들고 연습한 곡은 딕 데일Dick Dale의 연주곡 「미절루Misirlou」였어. 딕 데일과 그의 델톤스 Dick Dale and his Del-tones, 캘리포니아의 기타 키드라면 그들이 만들어낸 물방울 기타 소리에 한 번쯤 미칠 수밖에 없어. 그건 바로 우리들의 소리였으니까. 오렌지 카운티에 펜더 공장이 있고 바로 오렌지 카운티에 딕 데일이 있었지. 가난한 폴란드 이민자였던 그는 공연을 보러 온 레오 펜더에게 직접 ‘펜더 씨, 나 이거 기타가 후져서 안 되겠어요. 내게 기타 하나 만들어줘요’라고 말했던 사람이야. 레오 펜더는 즉시 그에게 스트라토캐스터 기타를 하나 줬고 폭발적인 사운드를 내는 그가 자꾸 앰프를 망가뜨리자 100와트짜리 앰프를 최초로 제작해서 제공했다는 일화는 유명해. 딕 데일 = 캘리포니아 = 펜더, 이런 등식이 성립하지. 그가 내는 소리는 펜더의 소리였고 그건 캘리포니아의 고향의 소리였어. 딕 데일이 샌디에이고의 시너몬 신더Cinnamon Cinder에 온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이안과 존은 얼마나 흥분했던지! 파티를 즐기는 십대들을 겨냥해서 마침 문을 연, 술을 팔지 않는 정책을 표방한 ‘십대들을 위한 나이트 클럽’인 시나몬 신더에서 오른손잡이용 튜닝을 뒤집어서 치는 왼손잡이 딕 데일의 다이나믹한 피킹을 얼마나 맛보고 싶었던지!
<딕 데일 앤 히스 델-톤스의 미절루>
그러나 결국 이안과 존은 거기 가지 않았어. 바로 비틀즈 때문이지. 비틀즈의 「I want to hold your hand」가 한 달 넘게 1위를 하는 동안, 샌디에이고의 로컬 라디오 방송국 KGB의 록큰롤 프로그램은 그들의 노래로 완전히 도배됐지. 단 몇 달 만에 딕 데일의 기타 스타일은 구닥다리가 되고 말았던 거야. 뭐랄까, 보다 강력한 비트라고나 할까.
“형, 롤링스톤즈 데뷔 앨범 들어봤어?”
“롤링스톤즈? 그 블루스하는 영국 애들? 너무 무식한 티 안 나니?”
“그래도, 이건 또 비틀즈하고는 다른 색깔이야. 쓸데없는 내색을 하지도 않고, 돌려 말하는 법도 없어! 바로 망치로 내려치는 거 같아!”
“들어보고 싶은데…”
존은 그들의 앨범을 이안에게 슬며시 내밀었어.
“영국의 최신…히트 메이커? 뭐 이래?”
나중에 알았지만 이 앨범은 4월에 발매되었다는 롤링스톤즈의 데뷔 앨범에다가 ‘England’s Newest Hit Makers’라는 촌스러운 제목을 붙여 만든 미국 버전 앨범이었지. 존은 자못 긴장된 눈빛으로 롤링스톤즈의 최신 음반을 턴 테이블에 걸었어.
“와! 대단해! 헤비한 리프에다가 이 씹어뱉는 영국 사투리 좀 봐!”
“프릭 freaks! 미친놈들이야 형.”
존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어.
롤링스톤즈의 영국 판 커버에는 사진과 데카 레코드 로고 이외에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려줄만한 아무 정보도 없었지. 그저 사진뿐인 그 겉장의 대담함이 이안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캘리포니아의 소년이 그 영국 판을 손에 넣기란 쉽지 않았어. 이안과 존은 텅 빈 아빠 서재 중앙에 모셔진 최신 매킨토시 오디오로 롤링스톤즈의 음악을 들으며 꼭 환각제를 먹은 듯한 황홀감을 느꼈어. 아빠가 퇴근하기 전, 주인 없는 방 안에서 풍기는 묘한 오후의 냄새, 그 서늘함과 은밀함을 롤링스톤즈의 강렬한 비트와 헤비한 리프가 전혀 다른 색깔로 칠하고 있었어. 이안과 존은 점점 소리를 키우다가 하마터면 아빠가 애지중지하는 매킨토시 진공관 앰프를 날려버릴 뻔 했다니까.
<롤링스톤즈, 캐롤>
급기야 여름이 지나면서 킹크스Kinks의 「You really got me」가 등장했어. 애니멀스는 「House of the rising sun」을 발표했고, 그 전에 로이 오비슨의 「Oh, Pretty Woman」도 나왔어. 모두 기억나는 인트로, 강렬한 리프가 리드하는 그런 노래들이지. 1964년은 록큰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한 해였어.

“이 리프 어때 형?”
“어디 해 봐.”
“……”
“그거 킹크스 노래랑 너무 비슷하지 않니?”
“뭐 어때? 조금이라도 다르기만 하면 되지 않나.”
“하긴, 이게 록큰롤이야!”
존은 형에 비해 끈질기고 목적의식이 강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타입이야. 꾸준히 그 목적을 향해 차근차근 접근해 나가는 존은 부활절 지나고 생일날 드디어 드럼 세트를 손에 넣었어. 그러나 문제는 드럼 세트를 놓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거야. 존은 귀여운 막내 티를 내며 아빠를 졸랐지. 그래서 아빠의 소중한 공구들이며 장비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수리용 도크 뒤쪽에 자리를 얻었어. 거기다 드럼을 놓고 한 비트 한 비트 연습을 해가기 시작했어. 물론 하루 한 시간씩, 이안의 연인인 나를 빌려가는 것도 잊지 않았어. 새로운 리프들을 발명해 내는 것은 그래서 동생 존이었어.

이안의 아빠는 자동차 광이었어. 아빠에게는 근사한 뒷날개가 달린 1960년 산 빨간색 캐딜락 플리트우드와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1949년 모델 녹색 닷지 파워 웨곤 그렇게 두 대의 차가 있었지. 파워 웨곤은, 시골에서 거름을 나를 때 쓰면 딱 좋을 트럭이지만 아빠는 그 차를 버리지 않고 있어. 아빠의 개러지 옆에는 거의 정비소를 차려도 될 만큼 잘 갖추어진 자동차 수리용 도크가 있지. 이안이 동생 존과 선배 조와 함께 1964년 여름방학을 거의 등교하다시피 방문한 곳도 거기야. 나 역시 뜨거운 열기로 땀을 뻘뻘 흘리는 아이들과 함께 1964년 여름을 거기서 보냈어. 그들의 연습실이었지. 그들은, 문자 그대로 개러지 밴드였어. 여름이 지나는 동안 나의 피크 가드는 이안의 파워 스트로크로 비스듬한 스크래치들이 무수히 가해지기 시작했고, 이안, 존, 조의 머리칼은 점점 그들의 귀를 덮고 있었어.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학년이 올라갈 때쯤 그들은 그 머리가 목덜미까지 내려올 것이라는 걸 이미 예감하고 있었어.


